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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의 철야와 같은 업무 강도를 통해 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자와 함께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여 겨우 목표한 날짜에 개발을 완료했다. 그리고 우리 팀은 빡빡한 일정에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에 젖어들기도 전에 완성된 시스템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폐기되었고 지난 노력은 허공에 흩어졌으며, 팀원들은 낙담하고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되는 최악의 개발 경험이 되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게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다양한 시스템의 기획 및 설계가 진행된다. 개발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게임에 적용되었을 때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이면서 가장 난처한 문제는 그냥 오류없이 동작하는 시스템 덩어리가 되었을 때이다.
게임 내 사용되는 시스템을 정의하자면 크게 메카닉(machine)과 메커니즘(Mechanisms)으로 구성된 완성된 패키지라 정의할 수 있다. 즉 메카닉은 기능이고 메커니즘은 메카닉을 제어하거나 동작하는 원리에 가까우며, 둘을 합쳐 하나의 시스템이라 정의할 수 있다.
게임 콘텐츠는 이러한 메카닉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 분명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게임에 적용되었을 때 묘하게 기계적 상태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획자가 생각하는 시스템과 콘텐츠 그리고 기획의도와 사용자(유저)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목적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는 게임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욕구(User Needs)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내적, 외적 만족감을 위해 행동하는 강력한 사용자 동기(Motivation)이 되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여기서 기획 의도와 사용자 동기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만들어진 시스템 또는 콘텐츠가 의도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작은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사람은 자신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일을 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데 나를 포함한 다양한 기획서는 사용자 동기를 끌어내기 보다는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기획 의도를 주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게임 콘텐츠는 단순히 하나의 메카닉으로 동작하지 않는다. 다수의 메카닉이 연결되어 전체 게임 플레이 흐름을 만들어 내는 매우 유기적이며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연결된 다른 콘텐츠 사용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용자가 연결된 다른 콘텐츠를 사용하게 만드는 사용자 동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선 사례와 같이 참담한 결과만을 가져온다.
<묘하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이는 위험 신호다.>
예를 들어 아이템 강화 시스템을 이번에 추가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이템 강화 시스템을 기획하기 이전에 기획자라면 가장 먼저 그 의도를 분명히 하게 된다.
아이템 강화 시스템 기획 의도 : 캐릭터 성장을 위한 추가 요소를 제공하여 사용자 성장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보유 아이템 강화를 통해 추가 스탯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아이템 강화에 필요한 성장 재료 수집은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목표를 제공한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개발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내용이다. 정작 사용자가 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어떠한 동기를 불러오게 만들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사용자는 시스템 이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아이템 강화와 연결된 다른 시스템 또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자는 게임의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강제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제약을 설정하게 되면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 플레이 동기를 더욱 약화시키고 사용자 흥미를 크게 떨어트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강화 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사용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기를 심어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는 개발을 위한 시스템 기획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즉 당신이 만약 시스템을 기획하고 나서 개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어떻게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성을 고려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동기를 불러올지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은 시스템에 대한 기획 의도 이후 콘텐츠를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개발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기획 의도는 이렇게 변경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기획의도를 수정한다면 아래와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아이템 강화 시스템 기획 의도 : 캐릭터의 레벨과 레벨 성장 사이 중간 단계에 별도 성장 요소를 추가하여 캐릭터의 전체 성장이 정체되는 구간을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시스템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장비 성장을 위한 재료 수집을 통해 자연스레 레벨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누적할 수 있다. 레벨 성장이 완료되거나 필요한 경험치를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성장의 공백기에 장비 강화를 통해 스탯을 추가로 획득하여 성장의 정체 및 공백기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 성장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물론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기획 의도는 아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 레벨 성장의 공백기 중간에 성장 요소를 추가하여 사용자의 성장 욕구를 지속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비 강화를 유도한다는 점과 재료 수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레벨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게임 메카닉이 상호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는 긍정적인 플레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단순히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그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다. 기획 의도는 완성된 메카닉이 자연스럽게 그 경험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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