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겪은 일을 각색하였습니다.
간혹 게임 개발에 있어 시스템 기획은 매우 어렵고 콘텐츠 기획은 다소 쉽게 생각하는 기획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무래도 시스템 기획이 가지는 업무의 특성상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프로그램 개발 영역과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아닐까 한다. 더구나 시스템 테이블이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 또한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쉽지 않기에 낮 설음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업무의 영역과 기획자의 역할을 봤을 때 콘텐츠 기획은 시스템 기획보다 100만 배는 더 어려운 업무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시스템 기획의 본질은 “규칙을 설정하고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반면 콘텐츠 기획은 시스템을 이용하여 게임 속 세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다소 거창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시스템 기획이 규칙을 정의하는 것이라면 콘텐츠 기획은 인생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
직관성에 의한 규칙을 정의하는 것과 치밀한 계획과 설계 그리고 창의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업무 당신은 무엇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법과 규칙은 사회 시스템이 확장됨에 따라 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게임의 규모 증가에 따라 당연히 시스템은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는 동안 큰 문제없이 동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법은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지만 콘텐츠는 사춘기 청소년 마냥 내 뜻과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실행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스템과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콘텐츠 기획이 시스템 기획보다 더 어려운 이유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과 콘텐츠는 상호 의존적이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시스템 기획보다 콘텐츠 기획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 기획에 대하여 사람들의 생각이 다소 협소하기 때문에 실제 당신 또는 우리가 해야 하는 업무 영역에서 콘텐츠 기획의 비중이 얼마나 크고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수집형 RPG게임에서의 캐릭터(유저)를 개발한다고 가정하자 세부적으로 많은 정보가 필요하겠지만 대략적인 시스템 기획으로는 리소스 규약, 캐릭터 데이터, 스탯, 성장 시스템, 정도가 기본적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종류가 아니라 캐릭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Actor의 데이터화 및 In Game과 Out Game에서 기획 의도에 따라 동작하도록 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에서의 캐릭터 기획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간혹 캐릭터 기획서를 보면 외형과 간단한 배경 시나리오 만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문서들이 있는데 이는 콘텐츠 기획자로서 자신의 업무 영역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설정과 외형 정보만으로는 캐릭터 콘셉트(콘텐츠) 기획이라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캐릭터의 설정(또는 시나리오)과 외형 그리고 단순 애니메이션 정보가 문서화되는 것은 콘텐츠로서 캐릭터 기획이라 하기에는 그 내용과 목적이 불명확하다. 그렇다면 콘텐츠로서 캐릭터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캐릭터에 대한 콘텐츠 기획을 위해서는 먼저 캐릭터 기획에 필요한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는 크게 외형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로 분리된다.
1. 캐릭터의 외형적 요소
-. 외형 콘셉트와 시나리오 그리고 아이덴티티(identity) 요소로 주로 외형적인 부분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의 캐릭터 콘셉트(콘텐츠) 기획에서 이 부분에 집중하는데 문제는 여기에만 집중하고 다른 중요한 콘텐츠 요소를 놓치는 부분이다.
<게임에서 시각적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게임 스타일과 캐릭터만의 매력적인 요소를 잘 살려야 한다.>
2. 캐릭터의 기능적 요소
-. 캐릭터의 스킬, 역할(용도), 스탯, 성장, 장비, 패턴(몬스터의 경우)등 게임 내 다른 콘텐츠와 연계할 수 있는 캐릭터 설계의 목적성이다. 캐릭터 콘셉트(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이 캐릭터가 게임 내 어떻게 활용(또는 공략)되는지 그리고 성장을 위한 흥미로운 전략적 선택이 무엇인지를 결정해 주는 콘텐츠 요소이다.
<캐릭터 콘셉트(콘텐츠)라는 것은 유저가 캐릭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서비스 설계에 더 가깝다>
물론 프로젝트의 상황에 따라 이러한 기능적인 부분을 설계하는 각자 다른 업무 파트 구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캐릭터 담당자인 자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캐릭터 구상 단계부터 이러한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외형과 기능이 별도로 기획되는 기이한 현상을 체감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는 캐릭터 기획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차후 캐릭터 기획을 보다 상세하게 다룰 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
이렇듯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 시스템의 이해도만 아니라 각 시스템(콘텐츠)의 설계 의도 및 현재 유저들이 이용하는 성향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기획되어야 한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계획성, 분석력, 높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 창의성과 아이디어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로 한다. 더구나 시스템은 초기 개발이 완료되면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이 없지만 불행하게도 당신의 넘치는 아이디어는 10개를 넘어가는 순간 그 한계를 체감하게 된다. 나 또한 과거 퍼즐 게임을 개발할 때 스테이지 40개를 넘어가는 시점에 아이디어 고갈로 인해 상당히 오랜 시간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 시스템 기획과 콘텐츠 기획의 업무 역량과 난이도를 논할 때 나는 콘텐츠 기획이 기획자로서 필요한 모든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최상위 업무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직 당신이 콘텐츠 기획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부족하지 않은지에 대하여 먼저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작성한 기획서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보기 바란다.
그것이 정말 프로젝트와 회사의 수익 그리고 유저의 즐거움을 위해 기획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가벼운 마음에 적은 일반적인 문서인지 말이다.
다소 도발적이라도 화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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