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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일상생활

잘못된 문제 해결

니코틴휘날리며며 2024. 1. 17. 10:00

게임회사 일상생활은 실무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일을 각색하였습니다.


기획팀장 : 이번에 업데이트된 아이템 강화 시스템이 영~ 반응이 좋지 않아. 여론이 너무 부정적인데 문제 확인해 봤나?

니코틴휘날리며 : 다른 게임도 다 있는 건데 굳이 우리 게임만 반응이 좋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기획팀장 :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만 일단 동향이 그렇잖아? 그렇다면 한번 점검은 해봐야지.

 

이번에 추가된 강화 시스템은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PLC(Product Life Cycle : 제품의 수명 주기)를 늘리고 새로운 매출 확보와 유저에게 성장에 대한 목표를 제공해 주기 위해 추가된 시스템이다. 이미 다른 게임에도 사용 중인 시스템을 벤치마킹(BenchMarking : 경쟁 시스템을 참고하여 기획함)한 시스템이기에 유저에게 별로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벌어진 일이니 정리된 유저 동향이 정리된 파일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내용은 강화 시스템 업데이트에 대한 다양한 불만으로 가득 차있었고 그중  가장 많은 유저 불만 동향은 "강화 비용이 너무 비싸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강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재화 밸런스 단계에서 이미 누적된 게임머니와 30분 단위로 획득 가능한 게임머니 등을 계산했을 때 강화 비용에 소비되는 재화는 유저에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 계산상으로는 맞았다.

 

'그럴 리가... 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불안한 마음에 다시 밸런스 시트 파일을 열어 검수해 봤지만 계산상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담당자들이 소집되어 짧은 회의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있었고 강화에 필요한 요구 재화값등을 확인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결과 회의 결과는 당분간  강화에 필요한 재화 할인 이벤트로 유저 불만을 잠재우고 충분한 재화가 쌓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자는 결론이 나왔다. 비록 회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데이터를 수정하고 업데이트 패치를 진행했다.

 

업데트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유저 동향도 잠시나마 긍정적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벤트를 종료하면 다시 불만이 발생하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벤트를 반복하다 보니 유저들은 이벤트 이전에는 강화를 하지 않는 의도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아이템 성장 PLC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으니 경제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고 누적되는 재화는 게임 내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이 지나치게 높게 발생시켜 점점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결국 누적된 재화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재화 소비용 콘텐츠가 추가되었고 전체 경제 밸런스를 새로 편성하는 것으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개발 비용과 유저 불만에 대한 부정적인 동향이 발생했기 때문에 유저는 이탈하고 게임 운영에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가져오게 되었고 이는 개발팀 내부에서 장기적으로 위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강화 콘텐츠를 기획을 전반적으로 검토했고 예상하지 못한 다른 부분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유저는 항상 게임 속에서 자신이 투자한 시간만큼 성장 또는 그에 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강화 시스템은 그러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아주 좋은 시스템중 하나였다. 문제는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이템 레벨을 최대로 성장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고 최대 레벨을 달성한 아이템은 다시 강화를 통해 등급을 성장시키고 다시 아이템 레벨을 증가시켜야 하는 콘텐츠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게 단순화 했지만 나름 콘텐츠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템 강화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아이템 강화 콘텐츠를 이용하기까지 유저의 게임 패턴과 지급되는 보상의 문제였다.

 

아이템 강화 시스템은 일단 등급에 따른 전용 재료가 필요하고 등급 상승 이후에는 다시 1 레벨부터 최대 레벨까지 성장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게임머니를 추가로 소비하게 되는 소비성 콘텐츠이다.

 

문제는 이 전용 재료는 귀속 아이템인 데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좁은 사냥터에서 장시간 사냥을 했을 때 낮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드랍되는 추가적인 아이템과 게임머니 그리고 경험치 보상이 너무나 적었고 부족한 게임머니를 위해서 다른 콘텐츠를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성장이 정체된 구간에서 전용 재료 파밍을 위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하는 가성비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 패턴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자 기획팀은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그것도 아주 쉽게!

 

어떻게 했는지 궁금한가?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해결을지 한번 생각해 보자.(정답은 가까운 곳에)
기획팀의 해결 방법은 전용 재료 아이템의 귀속 제한 조건을 해제하고 유저 간의 거래가 자유롭게 될 수 있도록 데이터 테이블 패치가 전부였다.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성장 콘텐츠를 즐기면서 강화가 필요할 때 거래를 통해 재료를 구매했고 덕분에 게임 내 돈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만약 우리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았다면 불필요한 추가 콘텐츠 개발과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사례 중 하나이지만 실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정말 그것이 문제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라.

문제를 발견했을 때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잘못 이해했다면? 그에 맞춰 해답을 제대로 제시한다 해도 결국은 늘 잘못된 방향의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제시한 해결 방법으로 문제를 제거했을 때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다. 만약 문제를 해결했는데 연결된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원인을 잘못 파악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오류를 조심해라.

제시된 문제에만 너무 집중해서 진정한 문제의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위의 사례와 같이 접수된 다수의 유저 불만 사항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본질적인 원인을 찾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해결 방법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좋지만 가끔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중일 때 정말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전에 나오는 대부분의 해결책들은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제시한 해결책이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지 문제를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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