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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일상생활

좋은 질문을 하는 법

니코틴휘날리며며 2024. 1. 16. 01:52

게임회사 일상생활은 실무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일을 각색하였습니다.


 

 

어느 날 주니어급 기획자가 나를 찾아와 물었다.

 

주니어 기획자 : "스킬은 어떻게 만들죠?"

 

스킬 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한 담당자로서 받은 이 짧고 단순한 질문 한마디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코어 시스템부터 설명을 해줘야 하나? 분리된 시스템을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을 물어보는 건가? 스킬에 필요한 리소스 제작 규칙? 아니면 애니메이션 툴 사용방법? 스킬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MMORPG장르인 이번 프로젝트에서 스킬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한 코어 시스템이고 그만큼 규모와 많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는 데이터 추가로 생성 가능한 스킬부터 애니메이션과 이펙트가 추가되어야 하는 스킬 그리고 다른 전투 시스템과 연결해서 사용 가능한 트리거 스킬까지 사용 가능한 시스템 범위가 매우 넓은 시스템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질문을 한 기획자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니코틴휘날리며 : "어떤 스킬을 말하는 건가요?"

주니어 기획자 :  "그냥 불덩이를 쏘는 스킬인데요."

 

돌아오는 답변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단순하게 그냥 일반 투사체 스킬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기능이 필요한 걸까?' 잠시 고민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담당자로서 누군가 필요한 스킬을 제작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니코틴휘날리며 :  "그냥 불덩이가 날아가면 되나요?"

주니어 기획자 :  "네"

니코틴휘날리며 :  "다른 효과는 없어요?"

주니어 기획자 :  "음.... 다른 효과요?"

니코틴휘날리며 :  "상태 이상이라던지 나갈 때 어떻게 연출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특별한 기능이 포함되어있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요."

주니어 기획자 :  "글쎄요... 그 불덩이를 맞으면 펑~! 하고 터져서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야 해요."

니코틴휘날리며 :  "그게 전부 인 가요? 그럼 날아가다 충돌하면 바로 터지나요?"

주니어 기획자 :  "아뇨. 충돌해도 그냥 날아가야 해요."

니코틴휘날리며 :  "어디까지 날아가죠? 날아간 다음에는요?"

주니어 기획자 :  "아... 이거 안 되는 건가요?"

니코틴휘날리며 :  "아뇨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것은 아니에요. 정확하게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설명을 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나는 질문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현 시스템으로 원하는 스킬이 표현 가능한지 아니면 추가 개발이 필요한지 그것도 아니라면 스킬의 콘셉트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화만으로는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결국 나는 스킬 추가를 포기하려는 주니어 기획자와 대략 1시간 정도의 질문을 주고받은 뒤에야 보스 몬스터의 체력이 10% 감소할 때마다 발동하는 주요 보스 패턴에 사용하는 스킬이라는 점과 불속성 투사체이지만 시전자 주변을 360도 원형 방향으로 총 12개를 발사해야 한다는 점과 피격자를 관통해서 최대 사거리까지 날아가야 한다는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알아낸 최종 결과물은 스킬을 추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나와 그 기획자는 소중한 1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질문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질문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질문을 하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답을 얻기 위함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을 위한 질문보다는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한다.

다소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좋은 질문은 내가 알고 자 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앞서 스킬에 대한 질문을 다음과 같이 했으면 어떠했을까?

"이번에 보스 몬스터 스킬 중에 360도 방향으로 12개 정도 투사체를 발사하는 스킬을 추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 번에 여러 명이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 또는 필요한 것을 질문했기 때문에 답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다 정확한 답변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항목까지 답변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의 100% 이상의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렇듯 같은 질문이라 하더라도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의 차이는 아주 크다. 간혹 자신의 선임이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답변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 경우 자신이 어떠한 질문을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물론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은 그냥 신경질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지 말고 내가 필요한 것을 질문하라.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내용을 답변으로 받을 때 내 질문과 답변이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스킬에 대한 질문과 같이 자신이 알고 싶은 부분을 질문하기보다 적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물어본다면 원하는 것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질문하라는 점은 질문에 정확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점과 같은 말이다.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답변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과정을 포함해라.

모르는 것을 질문할 때 단순한 답변만을 요구한다면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답변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해야 한다. 답변자는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질문에 대한 다른 질문을 이어가기 때문에 스트레스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최초 질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즉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질문보다는 "이 부분을 이렇게 했는데 안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라는 식의 과정을 함께 포함한다면 답변자의 입장에서는 질문에 보다 집중하고 해결해 줄 수 있다.

 

기다려라.

질문을 듣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한 답변이 아닐 경우 중간에 말을 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답변자에게 더 이상의 친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라더라도 끝까지 답변을 경청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답변이 완료된 이후 내 질문을 점검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질문을 새로 하자.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나 자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작지만 아주 중요한 기회이다. 그리고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큰 축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는 오랜 시간을 통해 습득했겠지만 나는 단 한 번의 좋은 질문으로 그들의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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