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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니코틴휘날리며며 2025. 12. 29. 23:28

데니스 존슨 /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20251210

 

“21세기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 “단 한 페이지도 낭비되지 않은 한 시대의 영혼을 압축한 걸작!”, “헤밍웨이 이후 가장 시적인 글을 쓰는 미국 단편 소설가

 

한 시대를 상징하고, 시절을 위로하는 소중한 것을 한순간에 잃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살아 갈 수 있는가? 상실의 슬픔 뒤 홀로 남겨진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는 철도의 꿈에 대한 주옥 같은 평가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고 지난 책들의 다소 난해함에 지쳐가던 중 짧은! 명작! 슬픔! 상실! 이겨냄!” 이러한 키워드는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이면서 가볍게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에 구매한 책은 결과적으로 왠만한 인문학 보다 더 높은 사유와 문장의 해석을 요구하는 어려운 소설을 선택한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이 책을 구매하기 전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아마도 인터 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속 주인공 조셉 쿠퍼가 테서랙트(Tesseract)5차원 공간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STAY!”를 외치듯 필사적으로 “Absolutely not!”라 소리쳤을 것이다.

 

기차의 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책은 매우 불친절 하다.’ 한 개인의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마치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 중간중간 끊기는 것과 같이 전체 이야기의 맥락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문드문 끊어져 글의 전체 이야기에 집중하기에 지나치게 파편화 된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가볍게 개인이 지켜낸 상실의 슬픔에 대한 공감을 원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추천할 내용을 독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불친절함 또한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빗댄다면 너무나 치밀하고 자연스러운 효과적 장치이다.

 

철도의 꿈은 1917, 로버트 그레이니어가 서른다섯 살이던 시절부터 그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1969년까지 약 52년 정도의 시간을 116페이지(한국어판 기준)에 담아 낼 정도로 시간 흐름 압축율이 대단하기 때문에 서사의 흐름의 존재를 느끼기 어렵다. 이러한 불편함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지만 개인의 인생을 이야기함에 있어 너무나 자연스러운 장치로 사용된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이질감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스스로 자신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고 하더라도 막상 생각해 보면 삶이 선형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삶이란 군데 군데 지워어진 흔적들이 아슬아슬 연결 되어있기 때문에 철도의 꿈에서의 그 공백의 표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훌륭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모든 설명은 극단적으로 압축된 시간만큼이나 절제된 문장으로 표현된다. 무채색의 무미건조함은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심상 속 메마른 겨울 나뭇가지같이 생동감이 결여 되어있다. 문장의 온도 차이는 상실을 얻기 전 글래디스와 케이트와 함께한 짧은 봄날 같은 생동감 넘치는 문장과 표현에 비하면 잃어버린 것을 무던하게 받아들이는 이후의 문장의 대비는 더 이상 세상은 아름다울 필요가 없는 회색 풍경이자 시대의 변화가 폭풍처럼 놀랍고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삶의 원동력을 잃어버린 개인이 당장 삶을 끝내지도 않은 채 그 지워진 흔적들사이를 묵묵히 걸어가는 관성적인 표현으로 다가오고 이 책이 왜 수많은 평론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거대한 문명의 흐름에 속한 아주 작은 인간의 상실과 무의미함에 대한 메시지 마지막에 인간이 이제 거대한 자연마저 지배하는 오만함을 경계하는 늑대 소년의 외침과 짐승을 조련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장치적 설정은 개인의 삶에 대한 강렬한 사유속에서 거대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전체 개인의 사유에 혼란을 제공한다. 이는 잔잔한 호수속에 하나의 물방울이 정기적으로 파장을 만들어 가는 중 몰입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전혀 다른 위치에 새로운 물방울이 떨어져 전체 파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내는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

 

비록 그것이 거대한 문명 속에서 무가치한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의 끝으로 문명 또한 자연이라는 거대한 흐름속에 무가치함을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나친 메시지의 절제와 개인의 시각에서 벗어난 배경의 전환은 마지막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기에 더욱 아쉽다.

 

기차의 꿈은 지나치게 소설 속 전체 시간의 압축만큼이나 절제 되어있다. 이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메마른 감성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장치이자 개인의 상실과 거대한 문화와 자연 속에서 가치 없는 개인의 무미건조함과 공백에 대한 표현의 위해 쳐낸 잔가지는 작가가 표현의 절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세심하게 기울였는지 느껴질 때면 자신의 문학적 표현을 위해 인간이 얼마나 집착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소름이 돋는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인간 상실에 대한 고뇌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개인의 일대기를 기대했다면 앞서 과거의 나에게 말한 것과 같이 구매 결정을 멈추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수많은 개인 중 불특정한 한 명의 인생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듯 읽어 내려가고 절제된 문장 속에서 뛰어난 편린들을 찾아 읽어내는 것을 즐긴다면 앞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소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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