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발 하라리 / 조현욱 옮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신체적 강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기존 진화론적 관점을 뛰어넘어 유일무이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된 이유를 새로운 사유를 통해 이야기한다.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종으로의 선택적 진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러한 발전 속에서 인간 본질의 원동력인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과연 진화가 옳은 방향인지 되묻는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류의 진화와 변화를 다루고 있다.
요약
1. 인지 혁명
인류의 기원이 되는 다양한 종들 중 유일하게 사피엔스가 모든 종의 멸종 뒤 어떻게 지구상에 생존할 수 있게 되었는가? 그것은 상상력과 추상적 사고 능력의 발달로 인하여 ‘허구(Fiction)’를 믿을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허구를 믿는 능력은 부족 단위를 넘어 거대 조직의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이는 대규모 협력을 통해 다른 종을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지 혁명은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주제로 이후 신화, 종교, 국가, 법과 같은 ‘실체 없는 개념’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협력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2. 농업 혁명
수렵, 채집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인류 생산력이 증가하고 더 거대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근간이 되었으나 농업 혁명 이후 개인의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인류가 자유로운 생활에서 땅과 작물에 묶여 버리는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농업 혁명은 인구 폭발과 정착, 계급, 불평등 조직화의 기반이 형성되었지만 이를 통해 생성된 잉여 자원은 농업 외 다른 업종의 발전 기반이 되어 이후 인류 통합과 과학 혁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3. 인류 통합
인간 집단은 허구를 활용하여 보다 진화된 국가, 종교, 화폐 개념을 만들었고 이는 우리에 한정된 집단 범주를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개념은 제국주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파편화된 다양한 인류의 문화, 언어, 사고가 서서히 통합되었다. 인류 통합의 강력한 원동력으로는 ‘화폐, 제국, 종교’가 있다. 인류 통합을 통해 생성된 강력한 3가지 허구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후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었다.
4. 과학 혁명
인류 통합 과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단의 필요성은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하여 지식의 폭발적 성장과 제국과 자본주의 산업 혁명을 불러왔고 이는 무한 성장 신화를 중심으로 현대 경제 체제가 완성되고 과학과 자본 그리고 제국의 상호 수단의 필요성은 강력한 원동력이 되어 전 세계를 재편하게 되었다.
5. 현대와 미래
생명 공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그동안 자연선택과 진화 그리고 초월자의 그늘 아래 머물렀던 인류는 스스로 ‘설계자’가 되는 시대를 맞이하였고 호모 사피엔스 이후 호모 데우스로의 새로운 진화 가능성과 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단, 인류가 만들어낸 허구와 기술이 인류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이러한 변화가 인간 본연이 추구하는 행복에 얼마나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한다.
사피엔스는 단순 포유류로 시작된 인류가 허구라는 실체 없는 개념을 믿는 능력을 활용하여 번성했으며, 이러한 허구는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화폐, 제국, 종교와 같은 다른 생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류만이 가지는 독자적인 능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의 인류는 이러한 허구에 대한 믿음으로 발전했지만 진보와 발전이 항상 인류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은 과학 기술이 인류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는 지금까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 등 인류의 기원이 되는 다양한 종(species)이 있었으며 자연선택 또는 진화론적 측면으로 인하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까지 이어졌을 것이라 믿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수많은 멸종을 겪은 이 난폭한 자연 생태에서 다른 종들과 다르게 신체적 능력을 포기하고 우수한 두뇌 능력을 키워낸 조상으로부터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이 진화적 선택의 혜택을 받아온 것 대하여 의심하지 않았다.
사피엔스의 저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자연선택과 생존에 유리한 진화의 산물이 아닌 허구적 상상을 만들어 내고 이를 믿는 능력이라는 아주 생소하고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는 뛰어난 지능 덕분에 자연의 선택을 받았다는 나의 진화론적 관점에 하찮아 보이는 인간의 상상력이 인류 번성의 열쇠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책은 인류 종의 시작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서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지 혁명으로부터 시작된다. 종의 기원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종은 순차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멸종을 거치며 마지막으로 호모 사피엔스만이 남게 되었다. 이들이 살아남은 가장 큰 강점은 유전자의 우월함이 아니라 탐욕과 허구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이 능력은 언어 발달을 돕고 혈연과 신뢰로 구성된 기존의 작은 집단을 보다 거대한 무리를 만들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종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힘이 되었다.
허구는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또는 저자의 관점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 전파될 때 고유한 이름을 얻어 하나의 생명체나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더 강력한 허구는 다른 허구를 흡수하거나 말살하며 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허구의 발전 방식이 인류 또는 생명의 진화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이며, 특히 종교와 같은 추상적인 허구는 그 자체로 완성에 가까운 진화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허구는 인간의 상상 속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인간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버렸다. 인지 혁명에서 다루듯, 허구는 이제 인간의 상상 속에 머물지 않고 제도로 포장되고 신념으로 무장하여 인간의 의심을 잠재운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의 정신에 기생하며 진화하는 바이러스 같다. 우리의 사고를 감염시키고 때로는 생명을 내걸게 만들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이라는 숙주 속 또는 다른 인간의 전염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모든 바이러스에 백신이 존재하듯 강력한 허구에 맞서기 위해서는 허구가 가장 두려워하는 끊임없는 의심과 철학적 사유에 대한 경계가 아닐까 한다.
이제는 허구라는 존재가 과연 인간이 허구를 만들어 내고 생존한 것일까? 아니면 허구가 인간에게 기생하여 숙주가 생존하게 만든 것일까? 하는 의문을 남긴 채로 농업 혁명으로 이어진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에 따르면, 농업 혁명은 인류 불행의 시작이며 거대한 사기극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농업 혁명으로 인해 영양의 불균형, 전염병의 취약성, 더 많은 노동시간, 지배계층의 탄생으로 인한 계급 불평등 구조의 탄생을 겪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누려온 자유로운 생활에 거대한 족쇄가 되어 불행을 가져왔다는 비판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나는 농업 혁명을 단순히 불행의 시작으로만 보지 않는다. 농업은 사냥할 수 없는 사람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고, 정착은 지식의 전승과 도구의 발전을 이끌어 문화로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신체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도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으며, 이는 질병의 위험성에 비하여 확률적으로 더욱 안전했다. 이러한 장점은 잉여 생산물과 정착 생활의 안정성을 가져와 인구 증가로 이어져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저자는 문명의 구조를 분석하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복'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농업 혁명 이야말로 문명의 지속성, 효율성,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필연적인 진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농업 혁명은 단순히 경제적 변화를 넘어, 인간 집단의 크기가 증가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새로운 시스템과 체제를 만들었다. 저자는 협력이 흔히 도덕적 진보나 이타심의 산물로 여겨지지만, 실은 권력과 강제에 의해 조율된 압제를 통해 생겨났다고 주장하며, 이는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력이 억압에서 비롯되었든 자발성이 없었든 그 결과가 도구의 발전, 기술의 진화, 개인의 생존 기회 확대로 이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협력이 허구적 상상일지 모르지만 효율적이었다는 점에서 현실적 가치를 가지며, 실제로 우리는 그 허구와 협력 덕분에 여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협력은 저자의 주장과 같이 환상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생존했고, 기억했으며, 문명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화적 발전은 인류의 통합으로 이어져 폭발적인 인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농업 혁명 이후 잉여 생산물과 인구 증가는 집단의 규모를 키우고 더 강력한 허구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국가, 종교, 그리고 화폐이다.
국가의 탄생은 극단적 소수의 권력 편중과 계급주의 심화를 불러왔고 종교는 편중된 계급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윤리적 통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저자는 화폐로 인하여 인류의 발전과 자본주의 탄생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국가와 종교 그리고 화폐는 농업 혁명 이후 상호 필요에 의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에 아직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국가, 종교, 화폐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역사의 선택이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3가지 허구의 강력한 이점은 효과적으로 집단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부분은 각 허구 요소가 개별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 집단 제어를 위한 필요에 의해 선택된 점이라는 것이다. 국가, 종교 이후 가장 강력한 제어 요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단연 화폐의 발명이다.
잉여 자원으로 인한 기존 교환 수단은 가치가 일정하지 않고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화폐의 혁신은 이러한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잉여 생산물 외 다른 생산물(ex : 지적 생산물)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라는 새로운 인류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화폐의 발명으로 인하여 인간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 끝없는 탐욕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쌓인 탐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더 많은 것을 요구했고 이는 제국주의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화폐로 인하여 인류는 자연 중심의 경제 활동에서 인간 중심의 활동으로 변화를 가질 수 있었다. 저자가 언급하지 않은 경제라는 허구적 상상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성장을 필요로 하는데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인류에게 새로운 허구의 탄생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에 따라 만들어진 강력한 허구적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제국주의가 있다.
제국주의는 끝없는 팽창과 성장을 요구한다. 그리고 단일 주의에 따라 다양한 생존 가치를 하나의 가치로 통합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사피엔스에서는 이러한 제국주의와 과학 혁명의 연결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과학을 위해 돈 즉 화폐가 필요한 부분에 동의하지만 그동안 화폐가 발명되지 않아 과학 혁명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 혁명은 저자의 주장에 따라 무지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과학 혁명은 그동안 종교를 통해 억압된 인간 사유가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의 생존의 이면에는 탐욕이라는 강력한 원동력이 자리 잡고 있다. 탐욕은 항상 불필요하고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은 탐욕의 사유로부터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고 이러한 노력의 역사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이후 인류는 무한한 발전을 위해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새로운 종으로 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현재 인류의 발전까지 허구를 만들어 내는 것과 이를 믿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사피엔스로부터 얻은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허구의 생산과 믿음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라는 질문에 책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인 인류 발전과 현대 사회까지 누구도 섣부르게 답을 정의하지 않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사유는 이러한 인류 발전의 기반은 오직 탐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끝없는 탐욕을 추구하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생물 종은 자신의 욕망은 자신에서 끝낸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욕망은 자신을 넘어 자손 그리고 타인의 이익을 탐하는 것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퍼지며, 그 끝을 모른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바꿔가며 아직도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변하고 있고 종교는 이러한 탐욕을 겉으로 제어하기 위해 스스로의 입으로 고귀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허구적 탐욕의 중심에는 눈에 보이는 화폐가 허상을 더욱 진실되게 만들어 낸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까지의 무한한 발전 끝에 새로운 종으로의 선택적 진화의 순간까지 다가왔다. 인류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과 사유가 충돌하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탐욕이 그 한계를 넘어선 이후부터 이제는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탐욕은 종교 또는 사상적 경계로 인하여 견제받고 있지만 앞으로 탐욕의 크기가 커져 이러한 경계의 한계를 넘어섰을 때 이제 우리 인류는 브레이크 없는 삶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
『사피엔스』는 인류가 허구를 통해 협력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본 핵심은 허구의 기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나는 그 뿌리를 끝없는 탐욕에서 찾는다. 고대에는 물리적 한계가 탐욕을 억눌렀지만, 화폐의 등장은 그 한계를 무너뜨렸다. 탐욕은 무한히 확장되었고, 문명은 그 욕망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그 발전이 과연 진정한 발전일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탐욕의 변주일 뿐, 더 큰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탐욕이 이끈 문명의 진보는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우리가 믿는 발전은 사실일까, 아니면 허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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